머리말
저자는 자폐아의 엄마이자 자연 치료 요법을 수학하고 훈련한 자연 요법 의사로, 15여 년간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책 첫머리에서 이 책을 읽고 실천하려는 부모님들께 저자가 감사하다는 말부터 반복하는 데는 큰 의미가 있다. 발달 장애, 특히 자폐 아동을 보는 영역에서 일하는 모든 이는 발달의 진전이 있을 때 더없이 기쁨을 느낀다. 저자는 이런 경험을 많이 했기에 이 책을 통해 많은 자폐 아동들이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저자는 naturopath doctor인데 한국에서는 그러한 자격증이 없으므로 ‘자연 치유 의사’라고 번역하였다.
이 책에서는 부모님들이 원하는 연구 자료를 찾아볼 수 있도록 연구자들과 의사들의 이름 원문을 밝혀 놓았다. 그리고 자폐의 내과적 문제를 처음 접하는 부모들께 생소한 용어들이 있으므로 먼저 뒷부분의 용어를 이해한 다음 본문을 읽기를 추천한다.
자폐는 이제 아이들의 팬데믹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다른 뇌 발달 문제와 함께 계속 증가하고 있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여 우울하다. 자폐의 원인과 치료에 대해 많은 연구가 있었고, 또 회복한 자폐 사례들도 보고되기도 하지만 이제까지 의학적으로 자폐는 치료가 불가능한 발달 장애로 여겨져 온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은 자폐에 대한 관점을 유전과 환경의 상호적 영향을 받는 질환에서 뇌와 관련된 대사적 질환으로 바라보며 아이가 가지고 있는 여러 내과적 문제를 도와주고 해결함으로써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자폐의 핵심적 증상들을 소거할 수 있다고 전한다. 또한 생의학적 접근을 할 때 어떤 단계를 밟아야 하는지를 흐름도에서 보여주고, 자폐 증상과 행동 문제, 감각 운동 통합 실행의 문제에 대해서도 생의학적 치료와 연계하여 설명해 주고 있어 많은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는 또한 자폐 아동을 치료하고자 할 때 반드시 함께해 줄 의료 전문가를 찾아 서로 협력하는 과정을 강조하며 그 여정을 잘 이어갈 수 있도록 했다. 한국 의사들도 이제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내과적 문제, 주로 장 문제에 조금씩 관심을 보이고 있다. 부모들 역시 개별적으로나 소규모 모임을 통해 의견을 공유하고 식이를 실천하며 정말 열심히 피드백을 주고받고 있다. 그러나 의료적 연구 논문의 결과를 기다리기에는 아이들의 시간이, 뇌 발달의 중요한 시기가 그대로 흘러가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러므로 비록 연구 논문은 아니지만 다른 경험자의 오랜 경험을 들어볼 수 있다면 이 책의 출간 의미는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런 책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역자후기
역자는 재활 의학을 전공하고 소아 발달 장애 분야에서 오랫동안 아이들을 경험하였다. 그러다 2년여 전 우연히 기능 의학 공부를 하게 되면서 자폐의 생의학적 면에 눈을 뜨게 되었다. 그동안 흘려들었던 자폐 관련 생의학 치료와 사례들을 다시 살펴보면서 부모들께 이 내용을 잘 전달할 수 있는 얇은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오던 차에 어느 자폐 아동의 부모가 올린 동영상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번역하게 되었다. 이 책의 내용을 적용하려면 한국 상황에서는 식이 조절과 자폐 회복 여정에 동반해 줄 의료 전문가를 찾는 일이 어려울 것이다.
식이 문화란 정말 각 나라마다 전통과 식재료가 다르기 때문에 조리 방법이나 레시피 면에서 좀 고려해 봐야 할 것이 많다. 이 책에 나와 있는 식재료는 국내에서는 생소한 것이 많아 한국적인 식재료로 바꾼다면 선택의 폭이 훨씬 좁아지는 면도 있다. 그러나 조금만 더 생각해 본다면 오히려 한식 기반 식단에 익숙한 우리는 저자가 권하는 식이 조절을 더 하기 쉬울지도 모른다. 또한 한국 개원가에서는 기능 의학을 공부하면서 진료하는 의사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어 앞으로 우리 주변에서도 자폐의 생의학적 치료에 쉽게 접근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자폐 아동의 식이 조절 형태 중 가장 널리 하고 있고 잘 알려진 것은 글루텐 프리, 카제인 프리이다. 저자는 여기서 더 나아가 곡물 프리를 하라고 한다. 곡물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은 책에 나와 있는 참고 서적 등(《그레인 브레인》: 우리나라에서도 번역되어 있음)을 활용하기 바란다. 또 케토 식이에서 약간 변형된 수정 케토 식이(팔레오 식단+지방 추가)를 하라고 한다. 케토 식이를 하면 장에서 유해균을 억제, 또는 사멸시키고 유익균을 증가시켜 장 건강의 밸런스를 맞춰준다. 거기다 뇌가 포도당 대신 케톤을 사용하여 에너지 공급이 좋아지고, 흥분성인 글루타메이트는 감소하고 억제성인 가바는 증가시켜 뇌의 안정화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Ketogenic Diets in Pediatric neurology, James W. Wheless and Eric H. Kossoff).
이제까지 자폐 아동 관련한 식이 조절의 종류에는 글루텐, 카제인만 제거하는 GFCF, 에너지원을 케톤으로 바꾸는 케토 식이, 전형적 케토식에서 섭취 영양소의 비중을 변화시킨 수정된 케토 식단, 유제품과 곡물 프리까지 포함하는 팔레오 식단, 전분 많은 채소까지 뺀 이와 비슷한 GAPS, 식물을 배제한 카니보어 식단 등 여러 가지가 있었다. 이들은 허용 및 금지 음식이 다르지만 GFCF 이외에는 기본적으로 케토시스를 만들 수 있다(팔레오는 경우에 따라 케토시스가 안 될 수도 있음). 아동에 따라서는 특정 물질, 즉 히스타민이라든가 살리실산, 페놀, 피트산에 과민한 경우도 있고, 그 외 특정 음식물에 대한 지연성 알러지 반응도 있어 검사 후 강한 반응이 나오는 음식은 장이 회복되기까지 섭취하지 않기를 기능 의학은 권고하고 있다. 아동은 성인보다 케토시스 상태에 더 잘 도달하게 되는데 베타하이드록시부티르산과 아세토아세테이트를 아세틸조효소 에이(Acetyl-CoA)로 전환하는 효소가 매우 활성화되어 어른보다 케톤체가 4~5배 더 잘 생성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동의 뇌가 어른보다 케톤을 더 잘 이용한다. 물론 자폐 전문가마다 자신의 임상 경험에 따라 어떤 치유 단계를 순서대로 밟아야 하는지에는 의견이 다를 수 있겠다. 그러나 모든 노력의 첫 시작은 장-뇌축 이론에 따라 손상된 장의 기능 회복에 맞추도록 권고한다. 이 단계를 건너뛰지 말고 잘해 나가면서 기타 우리가 알고 있는 행동 수정, 집중 특수 교육, 언어 치료, 감각 통합, 놀이 치료 등을 해야 그 효과가 배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뇌 세포가 잘 기능하도록 지원하면서 외부 자극이 들어가야 한다. 최근에는 성인병에도 케토 식단을 많이 하게 되어 한식 기반 케토 식단 책은 이미 국내에도 출판되어 있고, 서구 식단을 주제로 한 여러 책들도 서점에 나와 있어 레시피를 응용하기 좋다. 깨끗한 케토 식단은 가족 전체의 삶을 바꾸는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아직 국내에서는 다양한 식재료를 모두 유기농으로 공급받을 수는 없지만 점차 유기농 매장이 늘어나고 있어 앞으로 식단 작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한두 가지 품목을 전문으로 파는 전문 유기농 매장도 늘어나는 추세인데다 한국은 배송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 직구로 사든 국내에서 사든 접근성이 떨어져도 주문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역자가 국내 상황을 고려하여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식단 문제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았다.
01. 식단에서 밀가루, 유제품, 설탕, 인공 감미료, 인공 첨가물, 가공식품, 인스턴트 음식, 배달 음식을 우선 제외한다.
02. 일단 유기농 매장을 이용하여 식재료를 구한다(예: 한살림, 생협, 자연드림, 두레생협, 초록마을, 온라인 유기농 구매 등).
03. 유기농 매장에서도 가공품은 되도록 이용하지 말고 원재료를 사서 조리한다. 성분표를 꼼꼼히 확인하는 습관을 들인다.
04. 참조 가능한 레시피 책 《진주의 해피 키토 한식》, 《진주의 해피 키토 키친》, 《케토 채식》, 《케토 다이어트》 등을 참고하여 식단에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식이 조절 형태에 맞춰 재료를 선정한다.
05. 부모와 함께 하는 가족 식단이 되어야 지속 가능하며, 일단 실천해 보면서 경과를 꼼꼼히 기록해 어떤 음식이 맞는지를 알아낸다. 한식 식단에서는 밥을 빼고 심심하게 조리한 반찬을 먹으면서 좋은 지방을 더 보충하면 케토 식이를 할 수 있다.
06. 아주 특별한 경우나 오랫동안 탄수화물을 많이 먹고 지낸 아동에서 단기간에 케토식 전환을 한 경우 일시 소아 저혈당 위험도 나타나기 때문에 때에 따라서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전환할 필요도 있다. 또 경우에 따라 시작하기 전 일반 혈액 검사, 간 기능 검사, 신장 기능 검사, 지질 대사 검사를 하기도 한다.
자폐아 및 다른 발달 장애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님들을 정말 존경한다. 아이들을 위해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는지 요사이는 SNS를 통해서도 간접적으로 볼 수 있다. 이 책을 정말 빨리 번역하였는데, 그만큼 부모님들께 작은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저자도 누누이 강조하지만 이 책은 부모님들이 혼자 아이들을 치료하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이 아니다. 자폐 치료는 같이 지도해 줄 의료 전문가와 함께 가야 하는 여정이다.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책을 번역하면서 나눈 질문과 저자의 답을 여기에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질문 1: 수정된 케토 식이에서는 섭취 영양소의 칼로리를 계산하지 않나요? 만일 20개월된 아기가 하루 1000칼로리를 먹어야 하고 설탕을 24그람 먹는다면 설탕만으로 탄수화물의 양이 거의 10%에 육박합니다.
대답: 수정된 케토 식이는 팔레오 식단에 지방을 추가한 것입니다. 나는 칼로리를 계산하라고 하지 않습니다. 아동은 다음과 같은 음식을 먹을 수 있을 만큼 먹게 합니다.
● 육류, 생선
● 과일과 채소
● 견과류와 씨앗류
● 달걀을 포함한 난류
그렇지만 역자의 생각으로는 과일을 상대적으로 많이 섭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고 이 안에서 영양적 케토시스를 유지할 수 있는 비율로 식단을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질문 2: 2가지 형태의 카르니틴을 투여하며 악화의 원인을 구별하는 내용에 대한 설명을 부탁합니다.
대답: 아세틸-L-카르니틴은 사회성, 학습, 의사소통 기술을 포함한 뇌 기능 향상에 도움이 됩니다. 카르니틴 타트레이트는 신체의 코어 근육을 향상시켜 줍니다. 코어 근육은 달리기, 점프, 자전거 타기 등의 대운동 기술에 필요하고, 또 쓰기, 도구 사용, 옷을 입고 벗는 소운동 기술도 지원합니다. 이 두 가지 형태의 카르니틴을 주었을 때 악화가 나타나는 경우는 변비가 있을 때입니다. 이 카르니틴 형태들은 에너지 생성과 지방을 세포 안으로 수송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자폐 아동들의 많은 수에서 대변이 오래되고 끈적거리면서 장의 여기저기에 달라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풍부한 에너지와 지방 대사가 장의 운동성을 향상시킵니다. 이것은 긍정적인 반면 오래된 대변은 마르고 달라붙어 행동, 수면, 정서, 배변 습관의 악화의 요인이 됩니다.
질문 3: 대변 제거 프로토콜에서 음식에 제한을 두지 않거나 혹은 농축 주스를 먹어도 된다고 했는데 어떤 뜻입니까?
대답: 수정된 케토 식단에서 제한을 두지 않고 먹이라는 의미입니다. 농축 주스를 포함한 어떤 음료도 줄 수 있습니다.
질문 4: P5P를 주지 않아야 할 경우는 어떤 경우입니까?
대답: 아동들 일부에서 P5P에 악화 반응을 보이는데 어떤 아동들이 그러할지 미리 예측할 수 없습니다. 이것을 확인할 검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틱, 두드러기가 나타나거나 글루타티온 혹은 N-아세틸 시스테인과 같은 황을 포함한 보충제에 과한 반응을 보이면 대신 비타민 B6를 주는 것이 제일 낫습니다.
질문 5: 치료 흐름도에서 복잡한 사례에 해당하는 경우를 설명해 주세요.
대답: 아동이 10가지 보충제 중 9가지에 반응이 좋지 않거나 고용량에 반응이 좋지 않을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생선 기름을 전혀 섭취할 수 없거나 B12 주사에 심하게 과잉 행동이나 공격성을 보이는 경우가 해당됩니다. 라임, 바르토넬라, 헤르페스 심플렉스 바이러스, 연쇄상구균, 효모와 클로스트리디아 같은 미생물들이 체내에 많을 때 역시 치료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중금속 지수가 체내에 높을 때도 대단히 어렵습니다. 이것은 때로 균막이 아이의 장 속에 얼마나 있는지에 따라 다릅니다. 균막을 제거하려면 정기적으로 ‘비워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소개해 준 자폐 아동의 부모이면서 유튜브를 하시는 지오맘 님, 또 번역하도록 격려해준 이정현 선생님(유튜브: 거북이스쿨) 또 자폐 자녀의 생화학 치료 과정을 공개해 주신 김일구 선생님(유튜브: 대구 의사 김00) 그리고 생의학 치료 기전에 눈뜨도록 기능 의학으로 안내해 주신 홍수진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2022년 5월 역자 남용현
목차
자폐증을 생의학적으로 치료하기: 소개 1
Treating Autism Biomedically: An Introduction
매뉴얼에 관하여 3
About This Manual
CHAPTER 1 어디서부터 시작할까요? 7
Where to Begin
CHAPTER 2 아이의 몸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17
What is going on inside your child?
CHAPTER 3 생의학 단계 31
The biomedical steps
CHAPTER 4 생의학 치료의 다음 단계 81
Next steps in biomedical treatment
CHAPTER 5 악화 증상 A-Z 95
Aggravation Index, A-Z
부록 103
APPENDIX
용어 사전 143
GLOSSARY
저자 소개 149
ABOUT THE AUTHOR
역자 소개 152
역자 후기 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