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봉직의 생활을 마감하고 2000년 신림동에 병원을 개원한 이후, 주로 고혈압과 당뇨 등의 만성질환자들을 치료하였습니다. 개업 후 몇
년 동안 환자를 보며 바쁘게 지내던 중,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만성질환으로 치료받던 제 환자 중, 일부분이 말도 없이 병원에 내원하
지 않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른 병원으로 갔거나 이사를 갔겠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평소 저와 관계가 좋았던 환자들이라 그
이유를 알 수 없어 답답하기도 하고, 환자들이 치료를 중단했을까 봐 내심 걱정도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그런 식으로 내원하지 않았던
환자들의 상당수가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으로 응급실을 갔었고, 그 뒤로 종합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는 사실을 보호자들이나 환자의 지
인들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일들이 반복되자, 저는 왜 고혈압과 당뇨 치료가 잘 되고 있던 환자들에게 혈관질환이 갑자기 발병하는지 궁금했고, 그 환자들의
진료에서 소홀하거나 간과한 부분이 있었는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 후 혈관질환이 발병했던 환자들의 차트를 다시 살펴보면서 알게
된 중요한 사실은, 뇌졸중과 심근경색의 가장 큰 원인이 죽상경화증인데 진료 내용 어디에도 죽상경화증에 대한 검사가 없었다는 것이
었습니다. 물론 개원 초기에도 간혹 경동맥 초음파검사를 통해 죽상경화증의 여부와 정도를 알아보기는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때까지만
해도 모든 만성질환자에게 경동맥 초음파검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그 환자들의 기록을 리뷰하면서 더더욱 죽상경화증
의 조기진단과 치료가 필요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후 2007년부터 모든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환자의 죽상경화증 여부를 알기 위해 경동맥 초음파검사를 시행하였으며, 그 결과 많은
환자의 혈관 속에서 죽상경화증이 상당히 진행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2011년 저희 병원 환자들을 대상으로 했던 신림동 연구를
통해서 고혈압과 당뇨 환자들의 죽상경화증 유병률이 무려 60%에 이를 만큼 높은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적극적인 진료를 통해
서 조기에 죽상경화증을 발견하고 치료하였으며, 운이 좋게도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지만 죽상경화증이 좋아졌던 환자 중에서는 단 한
명도 혈관질환이 발병된 분이 없습니다.
이 글을 쓴 가장 큰 이유는 모든 만성질환자의 죽상경화증을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여 혈관질환에 의한 사망률과 합병증을 줄이는 것
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만성질환자들 자신이 본인의 몸에 죽상경화증이 있는지, 또 있다면 얼마나 있는지를 인지하는 것
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만성질환자들이 뇌졸중과 심근경색의 주원인인 죽상경화증에 대해 제대로 알고 대처하기를 바
라는 마음으로 쓰여졌습니다. 모든 만성질환자의 혈관질환을 전부 예방할 수는 없겠지만, 주원인인 죽상경화증을 미리 발견하여 적절한
조치를 시도해 보는 것은 매우 의미 있다고 봅니다. 이 책의 제목인 만병통치는 기존의 만성질환들과 이들 질환에서 가장 많이 동반되
는 죽상경화증을 함께 치료하자는 의미에서 나온 말입니다.
암보다 혈관질환이 더 무서운 이유는, 어떤 조짐도 없이 갑자기 발병한다는 것입니다. 우스갯소리로, 화투 치다가 광 팔고 났더니 죽어
있더라는 말이 있듯이 경고도 없이 발병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더욱 심각한 문제는 뇌졸중의 경우입니다. 뇌졸중은 발병 초기에 다행
히 생명을 건졌다 할지라도, 운이 없으면 장애가 남아 가족과 사회의 큰 짐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혈관질환의 원인인 죽상
경화증을 조기에 진단하여 치료하는 것은 불행한 사태를 미리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크게 다섯 개 파트로 분류하였습니다. Part 1에서는 각종 만성질환과 일상의 삶 속에서 죽상경화증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살펴
보았고, Part 2에서는 죽상경화증의 필수 검사인 경동맥 초음파검사에서 반드시 체크되는 내중막 두께와 플라크에 대하여 자세히 알아
보았습니다. Part 3에서는 최근 만성질환 치료에서 큰 의미로 여겨지는 ‘심혈관 위험도’, 죽상경화증 치료약, 새로운 생체지표를 간
단히 요약해 보았으며, Part 4에서는 10년 이상 죽상경화증을 치료해 오면서 체험한, 대표적인 경동맥 죽상경화증 치료 사례들을 소개
합니다. 증례로 보여드릴 경동맥 죽상경화증 환자들의 치료는 어떤 의미에서는 ‘만병통치’의 원형이자 그 자체로도 작은 규모의 만병
통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Part 5에서는 이 모든 임상 경험과 연구의 종결점이자 만성질환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
할 수 있는 「만병통치-만성질환 통합치료」가 나온 배경, 당위성, 그리고 이를 적용한 가장 최근 사례를 들어 보았습니다. 모든 챕터
의 말미에는 환자들이 흔히 접하는 건강식품에 대하여 간단하게 리뷰해 보았는데, 약물 치료를 보완하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데 도움
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 책을 쓰는 순간에도 의학은 놀라우리만큼 빠른 속도로 발전하여, 과거의 치료 경험이 새로운 흐름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기존의 만성질환, 죽상경화증, 그리고 1차 예방을 모두 아우르고 매듭짓는 책 한 권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
니다. 이 책을 통해서 기존의 만성질환자뿐 아니라 새로 진단된 죽상경화증 환자들의 진료도 깊이 있고 다양해지면 좋겠고, 이를 통해
혈관질환의 사망률과 합병증이 줄었으면 합니다.
이 글이 나올 수 있도록 수고한 도서출판 대한의학 편집부, 환자와 병원 직원들, 물심양면으로 아빠를 격려해준 훈이, 진우, 민이, 마
지막으로 누구보다도 이 글을 끝마칠 수 있게 내조해준 아내 오성주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2019년 2월
저자 정 내 인
PART 01 제4의 만성질환, 죽상경화증
1장 의식 잃은 택시기사, 두고 떠난 승객들!
2장 네 번째 만성질환은 무엇인가?
3장 고혈압 환자가 위험하다
4장 늙는 것도 서러운데......
5장 당뇨와 경동맥 죽상경화증
6장 경동맥 초음파검사 vs 관상동맥 칼슘검사
7장 ‘황제 내경’에서 말하는 명의란?
8장 신림동 연구란 무엇인가?
PART 02 내중막 두께와 플라크
9장 정상 동맥의 구조와 내중막 두께 증가의 의미
10장 ‘만하임 합의’란?
11장 경동맥 초음파검사의 꽃, ‘플라크’
12장 내중막 두께의 증가 vs 플라크
13장 100만 개의 시한폭탄, 경동맥 협착증!
14장 글라코프 현상이란?
15장 바사 바소룸과 플라크 내 출혈
PART 03 심혈관 위험점수와 스타틴
16장 새로운 생체지표
17장 패러다임 변화의 시작, 10년 심혈관 위험점수
18장 프래밍엄 위험점수 3%, 정말일까?
19장 메디칼 스텐트, 스타틴
20장 혈관질환과 암을 한꺼번에 예방?
21장 경동맥 초음파검사의 다양한 활용
PART 04 경동맥 죽상경화증의 치료 증례
22장 고혈압과 경동맥 죽상경화증(경증)이 동반된 경우
23장 고혈압과 경동맥 죽상경화증(중등증)이 동반된 경우 I
24장 고혈압과 경동맥 죽상경화증(중등증)이 동반된 경우 II
25장 고혈압, 경동맥 죽상경화증, 생체지표에 이상이 있는 경우
26장 양쪽 경동맥에 죽상경화증이 있었던 경우
27장 치료 중단 후 죽상경화증이 악화되었던 경우
28장 치료 후 밝게 변하는 플라크, 왜?
29장 경동맥 초음파검사의 한계
PART 05 만병통치(만성질환 통합치료)
30장 만병통치 프로그램의 기본 개념
31장 만병통치 프로그램의 실제 적용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