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년도 초음파를 이용해 충수염 진단을 할 때에는 소장, 대장이 어떻게 보
이는지도 몰랐기 때문에 실지렁이 같은 정상 충수를 찾을 수 있게 되었으
니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생각이 든다. 그 동안 수술방에서 외과 선
생님들에게 이렇게 심한 충수도 못 찾아내는 야유(?)와 충고도 많이 들었는
데, 그런 날은 퇴근길 운전중에도 "내가 스캔했던 것이 왜 안 보였을까, 그
럼 내가 보았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하는 생각만 하다가 앞차를 들이받아
카센터에 가서 고쳤던 일 들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수술방에서 우연히 한
외과 의사가 "충수는 대부분 후맹장(retrocecal)에 위치하니까 옆구리에 대
어보면 잘 보이지 않겠느냐"는 말 한마디에, 후맹장에 위치한 충수를 그렇
게 쉽게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을 알아낸 것도 큰 수확이라 생각한다.
또, 15년 아니 20 여년 전쯤에 응급실에서 위궤양 천공환자를 진단하던
중, 한 내과 의사가 x-ray 사진상에서 유리가스(ferr gas)가 보이지 않는다
고 환자의 위에 경비위 삽입관 튜브를 꼽고 인위적으로 공기를 주입하여 위
가 천공된 것을 확인하는 작업을 몇 번이고 반복 하는 것을 보고, "환자가
저렇게 고생하는데 좀 더 쉬운 방법이 없을까"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
던 중 우연히 수술방에서 한 외과 의사가 궤양이 터지면 방어기전에 의해
우리 몸속에서 대망(omentum)이 천공된 곳으로 올라온다는 말 한마디에 힌
트를 얻어 "대망이 에코성으로 보이니까 대망을 찾으면 되겠구나" 하고 생
각하였다. 그래서 몇 백 명으로부터 정상 구조물에 대한 경험을 쌓은 후 궤
양 천공 환자들을 스캔하였더니 정말 대망이 보였다. 모든 영상 분야가 정
말 숨어있는 보석 같다는 생각이 든다. 환자 진료에 정말 도움이 될 수 있
는 보석과 같은 영상진단이 분명히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그것을 찾아내려
고 노력만 한다면 그 보석을 분명히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막상 책을 내려고 하니 너무 부족한 점이 암ㄶ은것 같아 송구스럽기 짝이
없다. 다만 초음파를 처음 배우신 여러 선생님들께서 쉽고 간편하게 이용하
실 수 있도록 필자가 경험했던 초음파 스캔 방법들을 중심으로 기술하였
다. 물론 다양한 스캔 반법에 더 좋은 진단 방법들이 분명 있으리라 생각된
다. 이 책에서 소개한 방법들을, 한가지 질병에라도 이용해 보고, 이것을
토대로 더 좋은 방법들을 찾아서 환자 진료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끝으로 도움을 주신 방사선과 정수영,강기선 선생께 감사드리며 도서출판
정담 사장님과 편집부 여러분께 감사드린다.